한동훈 딸의 논문공장

논문을 한 달에 한두 편씩 쏟아내는 사람을 ‘논문공장’이라 부른다. 대개의 연구자는 논문을 일 년에 한두 편 쓰기도 빠듯한데, 매달 한두 편씩 찍어내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능하겠냐는 의혹이 담겨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이렇게 해명했다.

한 후보자 측은 ‘한동훈 딸 2달간 논문 5개, 전자책 4개 썼다’는 한겨레의 전날 보도에 입장문을 내고 “장기간에 걸쳐 직접 작성한 고등학생 수준의 글들을 마치 고등학생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것을 한 것처럼 표현했다”며 “의도적인 프레임 씌우기용 왜곡 과장이자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에서 ‘논문’이라고 언급한 글들은 2019년부터 3년 동안 쓴 에세이, 보고서, 리뷰페이퍼 등을 모아 올린 것”이라며 “약 4~5페이지 분량”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후보자의 말이 사실인지 체크해보자. 문제의 논문 다섯 편이다.

  1. Does National Debt Matter? -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 Theories, ABC Research Alert, 2021.11.27

  2. An Analysis of Covid-19 Supply and Demand, and Impacts on the Post-Pandemic World, ABC Research Alert, 2021.12.11

  3. Sherman Act 1890: Modernization and Impact on Markets, ABC Research Alert, 2021.11.27

  4. Education and Healthcare Reforms in Post-Conflict Setting: Case Studies in Kosovo, 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 2021.12.31

  5. Pandemic’s Impact on Social Inequalities: Pakistan case, Global Scientific Journals, 2021.12.

5주 만에 논문 다섯 편이니 일주일에 한 편 꼴이다. 뭐, 한동훈 후보자 말마따나 “3년 동안” 모아둔 것을 한꺼번에 출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논문 주제를 보자. 논문공장도 대개 자신의 좁은 전공 분야 내에서 비슷한 주제를 약간씩 변주해가며 논문을 쓰니까 다작이 가능한데, Alex Han의 관심사는 경제학에서 정치외교학, 사회학까지 정말 다양하지 않은가? 마치 누가 논문 주제를 던져준 것처럼.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학생들이 주최하는 에세이 경진대회다. 2021-22 대회 요강을 보자.

주최측에서 제시한 주제 1,2,3이 Alex Han의 논문 1,2,3과 일치한다. 그러니까 Alex Han은 2021년 10월 17일에 뜬 공고를 보고 그 이후에 쓰기 시작한 것이다.

법무부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공식적인 입장문에서 거짓말을 하다니! 한동훈 후보자는 딸이 “3년 동안” 썼다는 논문이 저기서 어떤 것들인지 명시해주시라.

하버드 대회 요강을 다시 보자. 어느 것 하나 고교 1학년이 평소에 생각해봤음직한 주제인가? 배경 지식부터 공부해야 하고, 좋은 자료인 것 같아 한참 읽었는데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절한 참고문헌을 추리는 것부터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과정이다.

제출 마감은 불과 두 달 남짓 남았다. 대충 제출하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한 편만 제출할 수 있으니 네 가지 중 제일 관심 가는 주제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Alex Han은 왠지 에세이 4개를 동시에 쓰기로 한다. 분신술이라도 쓰나?

그리고는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골라서 (저널에 출판하지 않은 네 번째 주제, 암호화폐에 관한 글일 것이다) 대회에 제출하고, 나머지 셋은 대회 기간 중에 논문으로 출판했다. 그리고 이 중 한 편에서 대필 의혹이 제기됐다.

Alex Han이 하버드 대회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미국 외무부 협회 주관 전미 고교 에세이 경진대회다. 해외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도 지원할 수 있다. 주제는 역시 2021년 10월 중순에 공개됐다. 다극 시대에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바로 Alex Han 논문 4의 주제다. ‘Education and Healthcare Reforms in Post-Conflict Setting: Case Studies in Kosovo’

Alex Han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에세이 경진대회에 동시에 참가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일부 남아 있는 흔적들은 그의 관심사가 분야를 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같은 시기에 열린 기후정의 관련 영국 TSL 에세이 경진대회에도 참가해 가작(honorable mention)에 입상했다.

Alex Han은 의학에도 관심이 있다. 그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다트머스 대학의 Modern MD 에세이 경진대회에서도 가작에 입상했다.

Alex Han이 방글라데시인과 공저한 머신러닝 분야 IEEE 논문도 바로 이 시기에 제출된 것이다.

학교 다니면서 다수의 에세이 경진대회에 동시에 참가하고, 한 대회에서도 여러 주제를 동시에 다루고, 그 와중에 머신러닝도 연구하고, 대회에 제출하고 남은 걸 논문으로 내는데도 일주일에 한 편 꼴로 찍어내는 논문공장이라…

이 땅에 다산 정약용이 울고 갈 천재가 납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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